신촌박스퀘어, 노점상 '상생모델' 될까…종로특화거리는 위축거듭

내년 5월 3층 건물 완공…노점상 45명 중 40명 반대
"생존권, 보행권, 자영업자 상권의 조화이룰 협치필요"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류석우 기자, 박지수 기자, 차오름 기자 | 2017-12-12 11:42 송고
(자료사진)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이전을 밀어붙인다면 시위까지 할 생각입니다."

서울 신촌 열차역 앞에 건물을 짓고 이화여대 앞 노점들을 입주시켜 도로정비와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서울 서대문구청의 '신촌 박스퀘어' 조성사업에 노점상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대문구 이대역 앞에서 15년째 의류노점을 해온 이모씨(69)는 "노점상을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모아놓으면 망하게 된다"며 "결국 없애려는 것"이라고 불신을 나타냈다. 그는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냥 가둬두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점상 이전정책 10년…종로특화거리 노점은 40% 줄어

지난 10년간 '노점 이전모델'은 시간제·규격화와 함께 노점관리정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종로 이면도로에 노점특화거리 6곳을 조성, 대로변에 있던 노점들을 이전시키고 도로점용료를 부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7년 시작돼 2010년까지 순차적으로 완료된 이 사업으로 종로대로변 도시미관과 보행여건은 개선됐다는 평가지만, '노점특화거리'란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의 노점 영업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조성 당시 611개였던 노점은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인해 현재 368개로 줄어들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수동 '빛의거리'에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2017.12.10/뉴스1 © News1

대학천남길에서 과일노점을 하는 이모씨(65)는 "대로변에 있을 때랑 수입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화훼·묘목거리에서 난을 파는 이모씨(82·여)도 "3분의 2정도 줄었다"며 "예전과 비교하면 모든 게 어림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화신먹거리촌에서 떡볶이노점을 하는 강성광 종로지역상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유동인구가 한참 적다. 특화거리가 다 죽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홍보 등 지원을 해준다고 했지만 관여했던 공무원들은 다 진급해서 가버리고 없다"고 말했다.

종로2가에서 노점을 하다가 다문화거리로 이전한 군밤노점상 이모씨(65·여)는 "골목으로 다 집어넣으면 정부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 적어진다"며 "늙은 사람 처리하기  어려우니까 장사가 안 되면 알아서 나가떨어지라는 수법 같다"며 씁쓸해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노점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거래 등으로 특정 노점품목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고 노점은 계속 없어지는 추세"라며 "특화거리든 아니든 노점 자체는 불법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점활성화가 노점이 번창하도록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구와 시의 추진목적은 노점을 하더라도 좀 더 주위 환경에 저해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심을 뒀다"고 덧붙였다.

신촌 박스퀘어 조성대상지(서대문구 제공)© News1

◇"이대앞 노점상 45명 중 40명이 반대"…협치모델 필요

이대앞 노점들의 우려는 종로노점특화거리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무관하지 않다. 어묵 등 분식노점을 하는 한모씨(56·여)는 "거리장사는 지나가면서 봤을 때 먹고 싶은 것인데 박스 안에 들어가면 누가 먹으러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신촌 박스퀘어는 지상 3층 건물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장정식 민주노점상연합회 서부지역 이대지부장은 "구청에서 말로는 활성화라고 하는데 이전만 하고 추후 관리를 해주겠나"라면서 "노점상이 깔끔하지 못하니 없애려는 것 같다. 노점상을 위한 것은 분명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대지부는 지난 11일 서대문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사가 되지 않는 곳에 가서 굶어 죽는 것보다 현재 자리에서 단속반에 맞서 인간답게 살기를 원한다"며 신촌 박스퀘어 사업의 전면재검토를 요구했다. 

신촌 박스퀘어 사업이 추진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상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소통과 상호 신뢰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청은 당장 2018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신촌 박스퀘어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이대지부에 따르면 현재 노점상 45명 중 40명은 이전에 반대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생존권, 보행권, 자영업자 상권이 조화를 이루게끔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급하다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갈등이 심각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협치 모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