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투쟁 과정과 본질

 

 

 

들어가며

 

지난해 7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민주노련에 가입을 하였습니다. 작년부터 수산시장 상인들과 민주노련은 구시장을 지키기위해 치열한 투쟁을 진행하였으며, 수산시장 회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구시장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서울의 대표적인 수산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40여 년간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이 무슨 이유로 3년이 넘도록 투쟁하고 있는지는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언론들은 상인들의 집단이기주의 투쟁이다, 이미 법원에서 결정 났는데 자기네 이익을 위해 떼를 쓰는 거다라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투쟁과 농민들의 쌀값 인상투쟁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똑같은 논리로 시장 상인들의 투쟁을 매도하고 있는 겁니다.

 

노량진수산시장 투쟁은 단순히 상인들의 생존권 싸움이 아닙니다. 시장이 처음 개설될 때부터 독재정권에게 빌붙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수협자본과 시장 개설자임에도 이를 묵인하며 직무를 유기하는 서울시와의 싸움입니다.

 

이글은 회원 여러분이 노량진수산시장 투쟁의 의미와 이후 방향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준비하였습니다.

 

 

1. 주요 경과

 

2015

9/9 :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9/14-19 : 입주신청 전면 거부 선언 및 집회

9/18 : 노량진수상시장 상인생계대책위원회 출범

10/5-6 : 2차 입주신청 전면 거부 투쟁 집회(이후 정례화)

 

2016

2/15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 발대식

(2차 자리추첨 전면 거부 총궐기 결의 및 삭발식)

7/14 : 시민공청회 서명지 전달 서울시청 기자회견

9/27 : 서울시 최초 시민공청회 개최(450명 참가)

10/24 : 시민공청회 결과보고서 제출 기자회견 및 서울시 정무부시장 면담

11/3 : 수협중앙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해명 촉구 집회

 

2017

4/5 : 노량진수산시장 구 시장 1차 명도집행 진행

8/5 : 구시장 내 경비용역 철수 및 수협측의 상인간 갈등 조장

상인연합회 두 곳으로 분리 후 투쟁력 저하, 상인들 신시장 입주자 증가

 

2018

7: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가입

7/12 :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 2차 명도집행 진행

9/6 :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 3차 명도집행 진행(부상자 8명 발생)

10/23 :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 4차 명도집행 진행(부상자 10여명 발생)

11/5 : 구시장 단전단수 진행 및 신시장 마지막 입점 신청 공고

(부상자 15명 발생)

11/6 : 150여명 상인들 초를 켜고 영업 진행

11/16 : 주차타워 점유 및 경비용역 비용 청구 손배소 고등법원 판결

- ‘구시장 관리감독 권한 노량진수산() 권한이 없다판결

11/23 : 단전단수 금지 가처분 판결

- 수협 단전단수 인정 판결

 

현재 : 상인 120여명은 발전기와 해수차 자체 조달하여 현재 전기를 켜고 영업을 진행하며 매일저녁 자체 집회 개최하고 있음.

노량진수산() 직원과 용역들이 수시로 구시장에 난입해 시장 폐쇄 시도 및 공실관리를 이유로 상인들에게 폭행 폭언을 일삼고 있는 상황.

 

 

2. 사업의 이면 : 누구를 위한 현대화인가?

 

1)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해양수산부와 수협은 1973년 건설된 시장 건물이 낡아 악취가 심하고 소비자가 불편해한다는 구실로 국비 1,540억원, 총공사비 약 2,200억원을 투입해 현대화 건물을 지었다. 사업부지 대지면적은 2157평에서 12236평으로 약 1/2로 줄어 전체적으로 상권이 축소될 우려가 있었다.

 

수협은 현대화 건물을 서둘러 올리고 시장과 상인을 토끼몰이 하듯 쫓아냈다. 현대화 건물을 서둘러 올린 후과가 완공된 지 3년밖에 안 되는데도 신시장 곳곳에서 수족관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바닥이 파이고 배수가 안 되어 보도가 항상 축축하며 천장에는 곰팡이까지 슬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다는 애초 건설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구시장 부지에 복합리조트, 테마파크 등 부동산 개발을 하려는 의도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현대화 사업은 시민과 상인을 위한 시장 기능 강화가 목적이 아니라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등 부동산 개발과 투기가 목적인 사업으로 변질됐다.

 

현대화 건물이 세워지는 과정에서는 그곳에 입주해 장사를 해야 할 상인들이 철저히 배제됐다. 당장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 수산물 가격이 올라가는 현대화 시장

 

먼저 수산시장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사업부지 축소로 도매시장 물류 기능이 약화됐다. 시장은 대형마트처럼 설계되면서 본래 시장과 다르게 전통의 맛과 멋이 사라진 획일적인 공간으로 배치됐다. 더욱이 그로 인해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당연한 결과이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상인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수산시장 현대화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검토가 부족했다. 공청회나 토론회, 연구용역 등의 검증 과정이 전혀 없었다.

 

결국 수협이 지은 현대화 건물은 수산물 가격 안정과는 거리가 먼 고비용 저효율 건물이 되고 말았다. 국민세금을 쏟아 부었는데 어민과 상인들의 이익감소는 물론이고, 서울시민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전가된 기형적 구조의 시장이 만들어졌다. 참고로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 수산물 물량의 50%를 감당하고 있다.

 

3) 노량진수산시장이라는 관광자원 및 서울시 미래유산 소멸

 

현재 이뤄지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관광자원으로서 시장의 가치도 떨어뜨리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하루 1,000명에서 3,000명 정도까지 방문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은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역사를 느끼기 위해 시장을 찾는다. 오랜 기간 다져진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인들이 이전을 마치면 시장은 없어진다. 아주 소중한 관광명소이자 89년 역사의 보전 가치가 충분한 전통 노량진수산시장이 개발 논리에 밀려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는 정부의 5개년 관광서비스발전 추진 목표인 관광 콘텐츠 다변화, 지역관광 활성화, 관광 인프라 정비 등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더욱이 구 노량진수산시장은 이미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시도 시장의 역사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개설자이자 시장의 역사성을 인정한 서울시가 스스로 자기 미래유산을 훼손하고 있다.

 

4) 시민에게 부메랑될 부풀려진 사업성

 

마지막으로 수협이 구상하는 복합테마파크는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묻고 싶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흐름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저성장시대에 들어섰다. 그 결과 각종 개발사업이 좌초되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가까이는 용산 복합센터도 결국 실패해 굴지의 대기업 현대와 신세계가 면세점을 유치하면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적자다.

 

과연 수협이 복합테마파크 사업을 감당할 자본과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공적자금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방만 운영에 비리와 부정부패가 판치는 수협이 감당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실패하면 또 국민혈세가 투입된다.

 

수협이 현대화사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어민들에게서 질 좋은 수산물을 매입해 시민들에게 값싸게 제공하는 도매시장의 역할을 포기한 채 구시장 부지에 대한 부동산 개발 이익을 노린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3. 행정의 책무 : 현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서울시 직무유기

 

노량진수산시장의 정식 명칭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시행규칙에 따라 서울특별시 노량진 수산물 중앙도매시장이다. 농안법은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법정 도매시장의 개설자이다. 그런데 2002년 수협중앙회가 현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를 인수한 이후엔 수산시장 현대화 과정까지 시장개설자로서 소임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해수부와 수협의 행정적 편의만 봐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는 장승배기-여의도 고가차도 건설계획으로 인해 시장 부지가 축소되는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20136월에는 수협노량진수산()가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에 임차료 지원을 요청하자 노량진수산시장의 실질적인 개설자는 수협중앙회라면서 스스로 개설자 지위를 포기했다. 수협중앙회가 수협노량진수산()으로 직접 국비 1,540억원을 내리는데 엄청난 행정 편의를 제공한 셈이다.

 

서울시는 법을 지키면 모든 기능이 정상화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자산과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는 결국 상인들과 수협 간 갈등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농안법을 지켜 국가가 부여한 노량진수산시장 개설자의 지위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한 현대화 건물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미 건물이 지어져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억지다